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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474

뱃삯 청포나룻가에 단 두집이 살고 있었다. 뱃사공으로 한평생을 보낸 장노인과 농사짓는 허서방 내외는 한가족처럼 지냈다.​ ​ ​ ​ ​지난 봄 어느 날, 장노인이 고뿔을 심하게 앓아 허서방이 농사일을 제쳐두고 장노인 대신 노를 저어 길손들을 도강시켰다. ​ ​그날 저녁, 허서방이 하루 수입을 장노인게게 갖다 줬더니 장노인은 허서방을 머리맡에 앉혔다. 장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 "나는 목숨이 다했네..." "어르신 무슨 말씀을요. 빨리 쾌차 하셔야지..." "자네가 내 배를 계속 저어 주게. 그리고 부엌 아궁이를 파 보게." 장노인은 그날 밤 이승을 하직했다. 노인의 부탁도 있는데다 강 건너는 길손들을 외면할 수 없어 허서방은 날마다 노를 저었다. 하루는 노를 젓다가 문득 장노인의 말이 생각나 장노인 .. 2023. 4. 25.
데릴사위 지난 봄, 어느 날 밤. ​ ​ ​ 권대감 댁 무남독녀가 이대감 댁 맏아들과 혼례 날짜를 잡아 놓고 별당에서 바느질을 하던 중 깜빡 졸다가 등잔을 쓰러뜨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 하인들이 나오고 이웃들도 몰려와 바가지와 대야로 물만 퍼부었지 불길이 워낙 사나워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 그때 권대감 ㄷ댁 총각집사가 바가지로 물을 뒵어 쓴 후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총각집사가 혼절한 아씨를 안고 나왔다. ​ 사흘 만에 아씨는 깨어났고 종아리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뿐 사지와 이목구비는 멀쩡했다. 권대감과 안방마님은 딸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ㄷ. ​ 아씨를 살려 낸 총각집사도 한달여 만에 자기 방에서 나와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중화상을 입어 등과 허벅.. 2023. 4. 24.
벼락부자의 유래 "벼락부자의 유래" 조실부모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순둥이는 부모가 남긴 논 서 마지기 문서를 들고 외삼촌 집으로 들어갔다...! 변변치 못한 외삼촌이란 인간은 허구한 날 투전판을 쏘다니더니 금쪽같은 순둥이의 논 서 마지기를 날려버렸다...! 열일곱이 된 순둥이는 외삼촌 집을 나와 오씨네 머슴으로 들어갔다...! 법 없이도 살아갈 착한 순둥이를 모진 세상은 끊임없이 등쳐먹었다...! 머슴으로 죽어라 일을 해서 계약한 3년이 꽉 차자 오씨는 이런저런 핑계로 새경을 반으로 깎아버렸다...! 사람들은 사또에게 고발하라고 했지만 순둥이는 관가로 가다가 발걸음을 돌려 주막집에서 술을 퍼마시고 분을 삭였다...! 반밖에 못 받았지만 그 새경으로 나지막한 둔덕산을 하나 샀다...! 골짜기에 한 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밤.. 2023. 4. 22.
시어머니 농간의 결말 김판서는 만석꾼 부자다. ​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골동품들이모두 값을 매길 수 없는 가보지만, 모든걸 제쳐 두고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건 열일곱 살 난 외동아들 면이다. ​ ​ 면이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 훤했다. 김판서 집에 매파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 거렸고 고관대작의 딸들이 줄줄이 청혼을 해왔다. 그러나 김파서는 죽마고우였던 친구 이초시와 혼약을 해놓은지라 모든 청혼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김판서 부인은 달랐다. "대감, 젊은 시절에 한 혼약을 정말 지킬 셈입니까? 대감 친구는 이미 죽었고 그 집은 몰락해 우리 면이가 그 집 딸과 혼례를 친다면 세상의 웃음 거리가 될거요." 그러나 김판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부인, 우리의 혼약을 하는 사람은 다 아는데, 친구가 .. 2023.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