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덕담 땀을 뻘뻘 흘리며 아궁이에 장작 넣으랴 주걱으로 가마솥의 조청 저으랴 바쁜 와중에도 주실댁의 머릿속은 선반 위의 엿가락 셈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그저께 팔다 남은 깨엿 서른세가락을 분명 선반 위에 얹어 뒀건만 엿기름 내러 한나절 집을 비운 사이 스물다섯가락 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방에는 열한살 난 아들밖에 없고 그 아들은 앉은뱅이라서 손을 뻗쳐 봐야 겨우 문고리밖에 잡을 수 없는데 어떻게 엿가락이 축날 수 있단 말인가? 추실댁은 박복했다. 시집이라고 와 보니 초가삼간에 산비탈밭 몇마지기뿐인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다 신랑이란 게 골골거리더니 추실댁 뱃속에 씨만 뿌려두고 이듬해 덜컥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다. 장사를 치르고 이어서 유복.. 2023. 6. 5. 근심이 쌓이다 근심이 쌓이다 어느 생원 집 막내딸이 시집을 간지 한 달만에 친정을 찾아왔다. 그런데 그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보자 시집살이가 고된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여 어머니가 물었다. "아가 시집살이가 고된 거냐 ?" "아아니요." "그럼 이서방이 속이라도 썩히느냐 ?" "아아니요." "그럼 시어머니가 너무 까다로운 모양이구나." "아아니요." "그럼 어디 몸이라도 아픈 거냐 ?" "아아니요, 아프지는 않은데 아랫배에 뭐가 쌓여 있는 것 같아서 항상 마음이 께름직해요." "너, 그럼 잉태를 한 것이냐 ?" "아아니요. 그냥 아랫배 속이…." 아무래도 괴이하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의원을 불러 딸을 진맥해 보았으나 잉태도 아니고 병도 아니었다. "아가, 의원의 말씀에도 잉태도 아니고 병도 아니라는데 넌 왜 아랫배.. 2023. 5. 31. 맹참봉과 신서방의 사연 맹참봉과 신서방의 사연 동지섣달 짧은 해가 오늘따라 왜 이리 긴가. 어둠살이 사방 천지를 시커멓게 내리덮자 마침내 신 서방이 열네 살 맏딸을 데리고 맹 참봉 사랑방을 찾았다.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신 서방은 말없이 한숨만 쉬고, 맹 참봉은 뻐끔뻐끔 연초만 태우고, 신 서방 딸 분이는 방구석에 돌아앉아 눈물만 쏟는다. “참봉 어른, 잘 부탁드립니다. 어린 것이 아직 철이 없어서….” 맹 참봉 사랑방을 나온 신 서방은 주막집에 가서 정신을 잃도록 술을 퍼마셨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신 서방은 술이 덜 깬 걸음으로 맹 참봉을 찾아갔다. “참봉 어른, 약조하신 땅문서를 받으러 왔습니다. ” 맹 참봉이 다락에서 땅문서를 꺼내 신 서방에게 건넸다. 노끈을 풀어 땅문서를 보던 신 서방이 “다섯 마지기밖에.. 2023. 5. 21. 소쩍새 전설 천하의 절색인 딸 하나 먼 옛날. 중국대륙의 촉(蜀:지금의 四川省) 나라에 이름이 두우(杜宇)요, 제호(帝號)를 망제(望帝)라고 하는 왕이 있었다. 어느 날. 망제가 문산(汶山)이라는 산밑을 흐르는 강가에 와 보니, 물에 빠져 죽은 시체 하나가 떠 내려 오더니 망제 앞에서 눈을 뜨고 살아났다. 망제는 기이하게 생각되어 그를 데리고 왕궁으로 돌아와 자초지종을 물으니 "저는 형주(刑州) 땅에 사는 별령(鱉靈)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강에 나왔다가 잘못해서물에 빠져 죽었는데, 어떻게 해서 흐르는 물을 거슬러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 니다." 라는 것이다. 그러자, 망제는 이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다. 하늘이 내게 어진 사람을 보내주신 것이라고 생각하여 별령에게 집과 전답을 주고, 그로 하여금 정승을 삼아, 나라의.. 2023. 5. 21.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