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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까마귀 고기 까마귀 고기 곽서방 새색시는 시집와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그 많은식구 아침식사 준비하랴, 설거지할 틈도 없이 새참 만들어 함지박에 이고 종종걸음으로 논매기를 하는 들판으로 달려갔다가 부리나케 집에 와 점심 준비하랴 오줌 누고 거시기 털 시간도 없이 바빴다. 막걸리를 걸러서 오후 새참 들고 가고 저녁 준비하고 별 보고 빨래하고 나면 삼베적삼이 땀에 절어 등짝에 척척 달라붙어도 멱 감을 시간도 없이 안방에 들어가 쓰러져 잤다. 문제는 녹초가 다되어 눕자마자 잠 속으로 빠져드는 새색시의 하루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여름이라 식구들은 멍석을 깔고 마당에서도 자고 마루에서도 자고 안방에서도 방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잠을 자는데, 새색시가 답답해서 눈을 비벼 보면 신랑.. 2023. 5. 16.
양물을 매우 쳐라 양물을 매우 쳐라 옛날 어떤 점잖은 한 선비가 상(喪)을 당하여 건(巾)을 쓰고 길을 떠났다가 그만 도중에 비를 만나 주막에서 묵게 되었다. 마침 그 날 사당패가 이 주막이 들었는데 여사당 하나가 방에 들어가 보니 이미 손님이 들어 있었다. 아래쪽에는 상제가 벽을 향해 누워 있고 윗쪽에는 보부상이 자고 있었다. 피로가 몰려오던 여사당은 개의치 않고 그 윗목에서 태연스럽게 잠을 청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누가 와서 몸을 건드리는 것이 아닌가. 여사당은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보니 건을 쓴 사람이었다. 몸을 허락하고 난 후 다음날 새벽이 되니 상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둘러 나가려고 했다."이보세요 ! 재미를 보았으면 값을 치러야할 게 아니오?" "값을 치르다니?" 상제가 모르는 일이라고 부정하면 할.. 2023. 5. 10.
스님과 소장수 스님과 소장수 옛날 어느 산골에 작은 암자를 지키며 수행을 하는 스님이 있었다. 하루는 스님이 두 냥의 돈을 가지고 장터에 내려와 공양미를 사려고 쌀가게를 찾아가는데, 길가 쓰레기 더미에서 난데없이 큼직한 자루 하나를 발견했다. 그 자루를 열어보니 뜻밖에도 이백 냥이나 되는 은전이 안에 들어 있었다. 실로 처음 보는 큰 돈이라 스님은 깜짝 놀랐다. "아, 이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속을 태우랴!" 이렇게 생각한 스님은 온 장터를 헤매며 돈자루의 임자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있을 때였다. 장터를 조금 벗어나 몇 발자국 떼어 놓는데 저쪽에서 소 장수가 허둥대며 달려왔다. 스님은 눈치를 채고 무슨 일이 있기에 그리 서두르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소 장수가 말하기를 "황소 두 마리를 사려고 사.. 2023. 5. 10.
탁란(托卵) 탁란(托卵) 서른이 갓 넘은 다산댁은 벌써 아들을 일곱을 낳았다. 언제나 막내가 젖을 떼자마자 또 배가 불러 올라 열달이면 어김없이 가을무 뽑아내듯이 아들을 쑥쑥낳았다. 어느 날, 나이 지긋한 할미가 찾아와 다산댁을 놀라게 했다. “욱천에 사는 허진사는 만석꾼 부자지만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씨받이를 찾고 있다네.” 욱천이라면 40리 떨어진 고을이다. 그 매파는 다산댁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애도 못 낳는 허진사 부인은 세도가 친정을 믿고 어찌나 기가 센지 허진사를 한눈 팔지 못하도록 해 놓고 씨받이를 찾고 있네. 그 임무를 내가 맡았지만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60리 안의 온 동네를 석달이나 쏘다녀 봐도 헛걸음만 첬는데, 강 건너 마을에서 다산댁 얘기를 듣고 이렇게 찾아왔다네.” .. 2023.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