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민초시는 청빈한 선비 민초시는 청빈한 선비 물려받은 재산은 넉넉지 않았지만 부지런히 논밭을 일궜고, 뼈대있는 집안에서 시집온 부인은 알뜰하게 살림을 꾸렸다. 비록 초가지만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해놓고 마당가의 텃밭도 반듯하게 다듬어 놓았다. 젊은 시절, 비록 과거에는 낙방했으나 이날 이때껏 농사를 지어오면서도 책을 놓는 법이 없어 동네의 서찰이나 비문은 모두 민초시 몫이었다. 글 하는 사람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면 반가이 맞아 밤새도록 글솜씨를 주고받았다. 걱정없는 민초시에게 단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책은 멀리하고 잡기에 빠져있는 열살 먹은 아들이었다. 호박에 목침 놓기,참외·수박서리, 남의 집 닭서리.여간 말썽꾸러기가 아니었다. 어느 초여름날, 들에서 돌아온 민초시가 마루에서 점심상을 받았다. 텃밭에서 뜯어온 상.. 2023. 5. 6. 스님을 사모한 처녀 경남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 전경 ♤스님을 사모한 처녀♤ 언제인지 분명치 않지만 통도사에서 가장 높은 산내암자 백운암에 홍안의 젊은 스님이 홀로 경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장차 훌륭한 강백이 되기를 서원한 이 스님은 아침 저녁 예불을 통해 자신의 염원을 부처님께 기원하면서 경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직 산기슭 군데군데에 잔설이 남아 있던 어느 봄날. 스님은 여느날과 다름없이 저녁 예불을 마치고 책상 앞에 단정히 앉아 경을 읽고 있었다. 문든 인기척이 나는가 싶더니 아리따운 아가씨의 음성이 밖에서 들려왔다. 『스님, 계십니까?』 『뉘신지요?』 문을 연 스님은 이번엔 귀가 아니라 눈을 의심했다. 목소리만큼 아름다운 처녀가 바구니를 든 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늦은 시각, 이렇게 깊은 산중에 웬일이십니.. 2023. 5. 4. 뱃삯 청포나룻가에 단 두집이 살고 있었다. 뱃사공으로 한평생을 보낸 장노인과 농사짓는 허서방 내외는 한가족처럼 지냈다. 지난 봄 어느 날, 장노인이 고뿔을 심하게 앓아 허서방이 농사일을 제쳐두고 장노인 대신 노를 저어 길손들을 도강시켰다. 그날 저녁, 허서방이 하루 수입을 장노인게게 갖다 줬더니 장노인은 허서방을 머리맡에 앉혔다. 장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목숨이 다했네..." "어르신 무슨 말씀을요. 빨리 쾌차 하셔야지..." "자네가 내 배를 계속 저어 주게. 그리고 부엌 아궁이를 파 보게." 장노인은 그날 밤 이승을 하직했다. 노인의 부탁도 있는데다 강 건너는 길손들을 외면할 수 없어 허서방은 날마다 노를 저었다. 하루는 노를 젓다가 문득 장노인의 말이 생각나 장노인 .. 2023. 4. 25. 데릴사위 지난 봄, 어느 날 밤. 권대감 댁 무남독녀가 이대감 댁 맏아들과 혼례 날짜를 잡아 놓고 별당에서 바느질을 하던 중 깜빡 졸다가 등잔을 쓰러뜨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하인들이 나오고 이웃들도 몰려와 바가지와 대야로 물만 퍼부었지 불길이 워낙 사나워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권대감 ㄷ댁 총각집사가 바가지로 물을 뒵어 쓴 후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총각집사가 혼절한 아씨를 안고 나왔다. 사흘 만에 아씨는 깨어났고 종아리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뿐 사지와 이목구비는 멀쩡했다. 권대감과 안방마님은 딸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ㄷ. 아씨를 살려 낸 총각집사도 한달여 만에 자기 방에서 나와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중화상을 입어 등과 허벅.. 2023. 4. 24.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