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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세겹으로된 쇠상자 세겹으로된 쇠상자 어스름이 내려앉은 산골짝, 다 쓰러져 가는 외딴 초가삼간에 추적추적 봄비가 내렸다. 삼년째 이엉을 못 갈아 덮어 검게 썩은 지붕에서 빗물이 새어 안방은 물바다가 되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쉬어 빠진 짠지 하나에 나물죽을 먹던 변 노인이 절름거리는 다리로 뒤꼍에 가더니 깨어진 옹기를 들고 와 새는 빗물을 받았다. 변 노인은 하염없이 낙수를 바라보다가 제 신세가 하도 서러워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소쩍 소쩍 소쩍새가 슬픔을 더했다. 딸 하나에 아들 넷, 다섯 남매를 낳고 부인이 이승을 하직하자 변 서방은 핏덩어리 막내아들을 안고 심 봉사처럼 이집저집 젖동냥을 다니며 온 정성을 다해 자식들을 키웠다. 매파가 들락날락거리며 중매를 섰지만 자식들이 계모에게 구박을.. 2023. 6. 23.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체 하기는...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체 하기는... . 쥐에 뿔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물론 없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뿔이 없는 쥐를 보고 "쥐뿔도 없다", "쥐뿔도 모른다"고 할까요? 쥐뿔에 대한 옛날 이야기입니다. 옛날 어떤 마을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한가할 때면 윗방에서 새끼를 꼬았는데, 그 때 생쥐 한 마리가 앞에서 알짱거렸다. 그는 조그만 쥐가 귀엽기도 해서 자기가 먹던 밥이나 군것질감을 주었다. 그러자 쥐는 그 남자가 새끼를 꼴 때마다 그 방으로 왔고, 그 때마다 그 남자는 무엇인가 먹거리를 조금씩 주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가 이웃마을에 외출을 했다가 들어오니 자기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안방에 앉아 있지 않은가? 그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네 이 놈, 너는 누군데 내 방에 와.. 2023. 6. 20.
원수끼리 맺어진 사랑 원수끼리 맺어진 사랑 세조대왕이 보위(寶位)에 오르고 나서 종실과 백관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축하를 받았다.? 세조가 거나하게 취해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 “과인이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지금 보위에 올라 경들과 술자리를 같이하며 실컷 즐기니, 어찌 경행(慶幸)이 아니겠는가?” 백관들이 우러러 아뢰었다. “전하의 덕은 후세에 법이 될 만하옵니다.”? 세조가 물었다. 나의 공덕은 어떠하오?” ? “ 전하의 공덕은 주공(周公)에 비할 만하니 부끄러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신하들이 찬양하자 세조는 크게 기뻐하였다.? 이때 나이 겨우 10여 세 된 공주(公主) 하나가 세조의 곁에 있다가 쏘아붙였다.? “ 전하는 잔인하고 각박한 짓을 하였는데 무슨 공덕이 된다고 축하를 받습니까? ? 제 생각에는 공덕.. 2023. 6. 11.
열여섯살 새신부 이야기 열여섯살 새신부 이야기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조부로부터 사자소학을 배우고, 집으로 찾아온 훈장으로부터 사서삼경을 배우고 별당에 틀어박혀 사군자나 치던 열여섯살 규수가 양반 가문 헌헌장부 둘째아들에게 시집갔다. 신랑은 초시에 합격한 백면서생으로 깊은 학식에 기품 있고 예절 발라 ‘저런 사람은 통시(화장실)에도 안 갈 거야’라고 신부는 속으로 생각했다. 첫날밤, 촛불을 끄고 나자 그렇게도 점잖던 신랑이 짐승으로 돌변해서 홀랑 옷을 벗고 신부의 옷도 발가벗기고는 입에 담지 못할 망신스러운 짓을 서슴없이 해치우는 것이 아닌가. 아프고 놀라서 밤새 쪼그리고 누워 눈물을 흘렸는데, 코를 골고 자던 신랑이 새벽녘에 깨어나 또다시 짐승이 되어 몹쓸 짓을 했다. 동창이 밝자 간밤의 그 짐승은 의관을 정제하고 의젓하게 점.. 2023.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