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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나팔꽃 나팔꽃 옛날 중국에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화공이 있었다. 부인이 너무 잘생겨 고을 원님은 화공의 부인에게 수청[守廳] 들기를 강요하였지만 부인이 이를 거절하자 그 부인을 성의 높은 감옥에 가두어버렸다. 화공은 부인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리워 하는 마음을 화폭에 담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보, 내 기어이 당신이 있는 높은 성에 올라가리라” 하고는 그 그림을 아내가 갇힌 높은 성 밑의 땅속에 파묻고서 아내를 그리워 하다 그만 죽고 말았다. 그날 부터 부인은 매일 밤 같은 꿈을 꾸었는데 남편이 말하기를 “사랑하는 그대여!~ 난 매일 밤 당신곁을 찾아가는데, 당신을 만나려 하면 아침이 되니 늘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떠나갑니다” 부인이 이상하게 여겨 아침에 일어나 성 아래를 내려다보니 성벽을 타고 올라오.. 2023. 6. 25.
이초시네 집이 발칵 뒤집혀졌다 이초시네 집이 발칵 뒤집혀졌다 이초시네 집이 발칵 뒤집혀졌다. 조상 대대로 가보로 내려오는 비취함이 없어진 것이다. 안방 장롱을 샅샅이 찾아도, 사랑방 다락을 바늘 찾듯 뒤져도 비취함은 나오지 않았다. “재작년에 장롱에 두기 불안하다며 당신이 은쟁반과 함께 사랑방으로 가져간 것 같은데….” 넋이 나간 이초시에게 안방마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역정을 냈다. 천석꾼 부자 이초시 집에는 집사·행랑아범·침모·찬모·머슴 등 하인이 아홉명이나 되지만, 그중 먼저 의심을 받은 사람은 집사인 칠석이다. 하인 중 집 열쇠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칠석이뿐이고, 더구나 칠석의 처는 안방 장롱을 마음대로 열 수 있는 침모 삼월이다. 모두가 칠석이를 수상히 여기자 칠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초시는 비취함이 없어진 게 칠.. 2023. 6. 24.
탁발승 홑치마만 입은 채 허벅지를 점도 치고 운세도 보고 묘 터도 잡아 주는 떠돌이 탁발승이 몇년 만에 운암골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동네에 머물 적마다 그가 묵는 집은 마을 어귀에 있는 대평씨네 집이다. 대평씨와는 동갑내기로 친구처럼 말을 놓고 지내던 사이라 사립문을 열며 “대평아, 네 형님 왔다!” 큰소리치며 들어갔는데 “아이고 도사님 오셨군요.” 소복 입은 대평씨 처가 부엌에서 나와 반갑게 맞았다. 대평씨가 벌써 2년 전에 이승을 하직했다는 말에 탁발승은 저으기 놀랐지만 “타고난 명이 짧은 사람이라….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죽을 운세를 알았다는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탁발승이 주막에 가서 자겠다며 삽짝을 나서려 하자 “여기서 유하시며 우리 그이 명복이나 빌어 주시지요.” 그는 마지못한 척 사랑방에.. 2023. 6. 23.
여승 여승 윤참판은 그럴듯한 허우대에 인물이 준수하고 또한 말재주가 좋아 자유자재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재주를 가졌다. 열두살에 초시에 합격하여 열여섯에 급제를 한 빼어난 문필에 영특하기는 조선천지에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성품도 너그러워 그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는데다, 선대로부터 재산도 넉넉하게 물려받아 나랏일을 하면서 일전 한닢 부정하는 일이 없으니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우러러 봤다. 한겨울에 맨발로 다니는 거지에게 자기 신발을 벗어주고 땟거리가 없는 집엔 곡식자루를 보내주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있고 처자식에게 자상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하나의 티가 있었다. 지지배를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노소미추,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치마만 둘렀다하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이다. 수많은 여자들을 섭렵했.. 2023.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