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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두들겨패 죽여서 얻은 벼슬 강원도 정선에 사는 심생원은 벼슬하는 게 소원인데 타고난 머리가 둔해 죽어라 공부해도 초시 한번 합격하지 못하고 미역국만 마신다. ​ ​ 여덟번 낙방 후 심생원은 책과 책상을 부엌 아궁이에 처 넣었다. 그리고 문전옥답 다섯마지기를 팔아 백년근 산삼 열뿌리를 사서 이끼로 덮고 굴피로 감아 한양길에 올랐다. ​ 물어물어 팔판동에 자리한 당대의 세도가 황대감 댁을 찾아갔다. 권력 냄새를 맡은 파리 떼들이 들끓고 있었다. ​ 마침내 심생원이 면담차례가 돼 집사 뒤 따라 사랑방으로 들어가자 뒤룩뒤룩 살이 찐 황대감이 보료에 기대어 장죽을 물고 있었다. 심생원은 주소와 이름을 쓴 종이를 산삼 보따리에 끼워 황대감 발 앞으로 밀었다. ​ 황대감은 보자기를 풀어보더니 흡족한 웃음을 띠며 ​ "돌아가 기다리게. 곧 연락.. 2023. 4. 15.
코 큰 사위감 기가 찬 외동딸을 시집보내려고 이 총각 저 총각 선을 보던 홍대감이 마침내 허우대 좋고 글 잘 쓰고 집안 좋은 박서방을 찍었다. ​ ​ ​홍대감의 안방마님이 사위가 될 박서방을 불렀다. 이것저것 물어보니 박서방은 안방마님 마음에 쏙 들게 시원시원히 대답했다. ​ "홍대감의 주위 분들을 둘러보면 먹고 살 만한 사람치고 첩살림 안 차린 사림이 없네. 그러나 우리 홍대감은 한평생 남의 여자 치맛자락만 봐도 얼굴을 돌리시네." ​ 안방마님의 말에 박서방은 "저도 여자 때문에 패가망신한 경우를 여럿 봤습니다." 하며 서슴없이 대답했다. 사윗감을 면접 보고 나서 안방마님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가지 미심쩍은 곳이 있었다. 안방마님은 저녁에 홍대감이 퇴청해서 저녁상을 물리고 나자 사윗감을 불렀던 얘기를 꺼냈다. "박서.. 2023. 4. 14.
꿀 한 방울 사냥꾼 권씨가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 그날따라 좀체 산짐승은 나타나지 않고, 모처럼 만난 노루를 향해 쏜 화살은 빗나가고, 사냥개는 토끼 한마리 제대로 쫓지 못했다. ​ ​ 털썩 주저앉아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는데 '애~앵' 바위틈에서 벌들이 나왔다. 권씨가 나뭇잎을 긁어모아 불을 붙여 연기를 바위틈으로 몰아넣자 벌떼들이 새까맣게 쏟아져 나왔다. 권씨는 바위틈의 벌집을 뜯어 끄집어냈다. 꿀을 가득 품은 석청을 딴 것이다. 노루 한마리를 잡은 것보다 더 큰 소독을 올린 권씨는 석청을 들고 산을 내려오다가 윗동네 사는 임초시를 만났다. "와따, 그거 석청 아닌가...나한테 넘기지 그래...." "값만 좋으면야." 사냥꾼 권씨와 윗동네 임초시가 "이십냥 내라!!!" "열닷냥만 하자." 밀고 당기며 흥.. 2023. 4. 13.
꿀 한 방울 사냥꾼 권씨가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 그날따라 좀체 산짐승은 나타나지 않고, 모처럼 만난 노루를 향해 쏜 화살은 빗나가고, 사냥개는 토끼 한마리 제대로 쫓지 못했다. ​ ​ 털썩 주저앉아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는데 '애~앵' 바위틈에서 벌들이 나왔다. 권씨가 나뭇잎을 긁어모아 불을 붙여 연기를 바위틈으로 몰아넣자 벌떼들이 새까맣게 쏟아져 나왔다. 권씨는 바위틈의 벌집을 뜯어 끄집어냈다. 꿀을 가득 품은 석청을 딴 것이다. 노루 한마리를 잡은 것보다 더 큰 소독을 올린 권씨는 석청을 들고 산을 내려오다가 윗동네 사는 임초시를 만났다. "와따, 그거 석청 아닌가...나한테 넘기지 그래...." "값만 좋으면야." 사냥꾼 권씨와 윗동네 임초시가 "이십냥 내라!!!" "열닷냥만 하자." 밀고 당기며 흥.. 2023.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