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금시발복 금시발복 10여 년 끌어 온 노모의 병을 고치려고 집까지 날린 금복이는 서호댁 머슴이 되어 그 집 문간방에 노모를 업고 들어갔다. 선불로 받은 새경으로 거동도 못하는 노모를 봉양하면서도 머슴 일에 소홀함이 없이 밤늦도록 일했다. 집주인 서호댁은 손이 귀한 집안에 시집와 1년도 채못돼 청상과부가 되어 혼자서 살림살이를 꾸려 가고 있었다. 금복이가 노모까지 밥을 축내니 새경을 적게 받겠다고 했지만 서호댁은 오히려 새경을 후하게 쳐줘 금복이를 가슴 뭉클하게 했다. 어느날 밤, 금복이 노모는 숨을 거뒀다. 서호댁의 배려로 뒤뜰에 차양을 치고 빈소를 지키고 있는데, 웬 낯선 사람 하나가 들어와 문상을 하고 국밥에 술까지 벌컥벌컥 들이켰다. 금복이가 다가가 “돌아가신 노모와는 어떤 관계가 되시는지요?” 물었더니 엉.. 2023. 1. 10. 구미호 (지관) 구미호 (지관) 구월산 도사에게 주역을 배우고 있는 열일곱 총각 지헌은 그날도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30리나 떨어진 집으로 가려고 험한 산길을 타고 있었다. 검 바위를 돌다가 지헌은 걸음 을 멈췄다. 자색이 빼어난 어떤 여인이 발목을 감싸 쥐고 있다가 지헌을 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엇다. 발목이 삐었다는 여인을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 들쳐 업고 그녀가 가리키는 대로 토끼 길을 따라가자 숲 속에 아담한 기와집이 나타났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여인이 시키는 대로 찬물을 떠 와 그녀의 발목을 주물러 주었다. 그 녀가 홑치마를 올려 희멀건 허벅지를 드러내자 지헌은 고개를 돌렸지만 아랫도리가 뻐 근하게 솟아올랐다. 그녀는 발목이 씻은 듯이 나았다며 야릇한 미소를 흘리더니 주안상 을 들고 왔다. 술 한 잔에 몽.. 2023. 1. 10. 송강 정철(松江 鄭澈)과 강아(江娥)의 사랑이야기 [송강 정철(松江 鄭澈)과 강아(江娥)의 사랑이야기] 조선시대 전라도 기녀인 진옥(眞玉)은 파란 많은 인생을 살다간 송강(松江) 정철(鄭澈)로 인해 이 시대에 기억되는 여인(女人)이다. 원래 이름은 ‘진옥’이었으나 정철의 호인 송강(松江)의 강(江)자(字)를 따라 '강아(江娥)'라고 불렸다. 강아는 시조문학에 있어 '송강첩(松江妾)'이라고만 기록되어 있는데, 시조 문헌 중에 '누구의 첩'이라고 기록된 것은 오직 강아 뿐이다. 대개는 기녀가 속한 지명을 따라 '남원명기', '평안기' 등 기명을 적었으나, 강아는 기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송강첩'으로 기록돼 있다. 분명 이러한 기록은 송강의 명성과 지위 때문에 획득된 것이리라 생각되는데, 이를 반추해 보아도 송강 정철과 강아의 사연이 당시 사람들 기억 속에 남.. 2023. 1. 8. 짚신장수 흉년에 어두운 민심 속 잠행 나온 숙종 웃음소리에 이끌려 골목을 오르는데… 숙종은 땅거미가 내리면 허름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호위무사도 없이 몰래 궁궐을 빠져나가 여기저기 쏘다니며 백성들이 살아가는 걸 두눈으로 직접 보고 두귀로 직접 들었다. 주막에 들러 대포 한잔 마시고 짠지 한점으로 입을 다시며 임금 욕하는 소리도 귀담아들었다. 세상 민심이 흉흉했다. 설상가상 역병이 돌아 민심은 더더욱 어두웠다. 작년 농사가 가뭄과 홍수로 예년에 없던 흉년이라 백성들의 보릿고개 넘어가는 신음소리가 애간장을 끓게 했다. 이 골목 저 거리 발길 닿는 곳마다 한숨소리뿐이라 숙종의 마음이 천근만근인데 어디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저 소리 들어본 지 얼마만인가? 저 웃음소리!” 숙종은 깜깜한 부암동 골목길을 비틀거리며 넘.. 2022. 12. 31.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