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오생원의 사부님 오생원의 사부님 오생원은 요즘 도대체가 살맛이 안 난다. 입맛도 술맛도 없고, 치마를 벗기는 재미도 없다. 배는 동산만 하게 올랐고, 앉았다 일어나기도 힘이 들고, 마실 갔다 오는 데도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 대문 기둥을 잡고 헥헥거리다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마흔도 안 된 오생원은 만석꾼이다. “강집사~ 곰 발바닥 요리가 맛있다더라.” 오생원이 입만 뻥긋하면 날쌘 강집사는 강원도 포수한테 달려가 곰발바닥을 구해오고, 팔도강산 맛있는 것은 빠짐없이 구해왔다. 그런데 요즘 어느 것 하나 맛있는 게 없다. 조선천지 이름난 명주 다 마셔도 쓰기만 하다. 오생원은 첩을 다섯이나 뒀다. “일목아~” 오생원은 애꾸눈 행랑아범을 최서방이라 부르지 않고 언제나 눈이 하나라고 일목(一目)이라 부른다. 통시에서 보던 일도 .. 2024. 1. 6. 뻐꾸기 울던 날 뻐꾸기 울던 날 성균관으로 가려고 도포를 입는 직강 한덕부를 도와 새 신부 조씨 부인이 허리띠를 매어주는데, 쾅쾅 밖에서 대문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뭣하는 작당질이냐.” 한덕부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고함을 치자, 더 큰 목소리가 대문 쪽에서 터져나왔다. “어명이다. 한덕부는 오랏줄을 받으라.”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한덕부는 그날로 사약을 받고 황천행이 됐고, 한덕부의 아버지는 귀양길에 올랐다. 시어머니는 헛간에서 목을 맸고, 노비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넋이 나간 새 신부는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드넓은 집에 혼자 남게 됐다. 헛간에 초롱불을 켜 대롱대롱 매달린 시어머니 시신을 내려놓고 눈을 감겨 거적을 덮었다. 시어머니 옆에 자신도 눕기로 작정하고 은장도를 꺼내는데, 누군가 조씨 부인의 손목.. 2024. 1. 6. 암자 앞마당의 혼례식 암자 앞마당의 혼례식 열일곱 살 대근이는 큰 덩치에 힘이 좋아 저자거리 왈패들 틈에 끼었다. 왈패란 원래 바탕이 악하고 독해야 하는데 대근이는 싱겁고 물러터졌다. 왈패 두목은 덩치가 작지만 항상 허리띠에 은장도를 차고 싸움판에서 상대방 허벅지를 칼로 쑤시거나 뒤꿈치 인대를 끊어버리기도 하는 독종이다. 국밥집에서는 두목 이름을 달고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고 주막에서는 술을 맘대로 퍼마실 수 있는 맛에 대근이는 두목이 시키는 일이면 물불 안 가리고 나쁜 짓을 일삼았다. 두목이 노름판에서 판돈이 바닥나자 대근이를 집으로 보냈다. 삼경이 넘은 시간에 잠자는 두목 마누라를 깨워 장롱 속의 돈을 받아서 나오는데 두목 마누라가 묘한 미소를 흘리며 속삭였다. “전대째 갖다주고 다시 이리로 와, 알았지?” 그날 밤, 두.. 2024. 1. 6. 운우지정(雲雨之情) 운우지정(雲雨之情) 조선시대 때 대학자를 말한다면 누구나 퇴계이황과 율곡이이를 말할것 입니다. 그런데 두 성현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일화가 많습니다. 퇴계는 30대 중반에 아내와 사별한 뒤 몇해가 흐른 뒤까지도 혼자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제자가 인사차 찾아 왔다가 불쑥 하는말이 "사모님이 돌아 가신지도 몇 해가 지났으니 이제 스승님도 새 마님을 들이셔야 될텐데 걱정입니다" "허허 ~ 글쎄나 . .자네가 참한규수 하나 구해주면 내 새장가를 들지 ㅎㅎ" 퇴계는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정말이십니까? 스승님 진정 제가 중매를 하오리까?" 제자는 뜻밖의 대답에 조금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허허, 그렇다니까? 말로만 그러지 말고 어디 참한 규수가 있으면 중매를 서게나 그렇다면. . .아랫마을에 사는 .. 2024. 1. 5. 이전 1 2 3 4 5 6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