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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남편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니 남편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니 한 고을에 어리석은 관장이 있었는데, 부인이 너무 억센 사람이라 늘 큰소리를 치지 못하고 살았다. . 하루는 형리(刑吏)가 들어와서 한 여인에 대한 죄상을 아뢰는 것이었다. "아뢰옵니다. 어느 마을에 사는 여인이 남편을 때려서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이 고소를 해왔사옵니다." . "뭐라고? 여인이 남편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니 희한한 일이로고! 속히 그 여인을 형틀에 올려 묶고 엄하게 매를 쳐서 문초(問招)토록 하라!" . 이렇게 하여 여인을 형틀에 잡아매고 신문(訊問)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인이 울면서 다음과 같이 호소하는 것이었다. "사또나리1 억울하옵니다. . 쇤네 남편은 본처인 쇤네를 버려두고 돌보지 않은 채, 오로지 기생첩에게만 빠.. 2023. 7. 6.
소나기의 유래 소나기의 유래 옛날에 한 스님이 무더운 여름날 동냥으로 얻은 쌀을 자루에 짊어지고 가다 큰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게 되었는데 때 마침 농부 한 사람이 소로 논을 갈다가 그 나무 그늘에 다가와 함께 쉬게 되었습니다. "곧 모를 내야 할 텐데 비가 안 와서 큰일이네요. 날이 이렇게 가물어서야, 원." 농부가 날씨 걱정을 하자 스님은 입고 있던 장삼을 여기저기 만져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해 지기 전에 비가 내릴 겁니다." 그러나 농부는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에이, 스님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아, 이렇게 쨍쨍한 날 무슨 비가 온단 말입니까?" "두고 보시지요. 틀림없이 곧 비가 올 겁니다." 스님은 비가 온다고 하고, 농부는 비가 오지 않는다며 서로 제 말이 옳다고 우기는 상.. 2023. 7. 6.
삼일째 먹도 갈지 않고 있다며? 삼일째 먹도 갈지 않고 있다며? 희작이는 그날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백 대인이 별채로 가 문을 확 열었다. 포개어놓은 이불에 반쯤 누워 있던 희작이가 마지못해 일어나는 척하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우두둑우두둑 손가락만 부러뜨렸다. “삼일째 먹도 갈지 않고 있다며?” 백 대인의 목소리엔 노기가 섞였다. 한참 만에 희작이가 한다는 말. “기운이 손끝으로 모여야 하는데 엉뚱한 데로 모이니….” 백 대인이 문을 쾅 닫고 나와 사랑방으로 가 장죽을 물었다. “이놈의 자식, 몸이 허하다 해서 씨암탉을 잡아줬더니 이젠 기운이 사타구니에 쏠렸다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백 대인은 하녀 삼월이를 살짝 불러 열냥을 쥐여줬다. 평소 서너냥밖에 안 주던 백 대인이 이번에는 열냥씩이나 주자 입이 벌어.. 2023. 7. 3.
우리 고을이 추로지향(鄒魯之鄕) 우리 고을이 추로지향(鄒魯之鄕) 유림의 원로 세분이 사또를 찾아왔다. 사또도 이 세분을 가볍게 볼 수 없었다. 왕년에 한양에서 높은 벼슬을 하다가 낙향했지만 지금은 그 자제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 그들의 헛기침 소리는 쩌렁쩌렁 울렸다. 동헌에 앉아 있던 사또가 황급히 마당까지 내려와 머리를 조아리며 한사람씩 손을 맞잡았다. “대감님들께서 어인 일로 기별도 없이 이렇게 몸소 왕림하셨습니까.” 동헌 마루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다가 권 대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고을이 추로지향(鄒魯之鄕·‘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란 뜻으로,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곳을 말함)인데 요즘 소문을 듣자 하니 풍기가 문란하기 그지없다 하오. 이게 사실이요, 사또?” 사또가 한숨을 토하더니 말했다. “치정에 얽힌 사건이 .. 2023.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