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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2

모르면 깨끗하다 - 모르면 깨끗하다 - 옛날 어느 마님 이야기다. 달걀(卵)이 상(床)에 자주 오르지 못할 정도로 귀(貴)한 시절(時節)에 그 마님은 생달걀(生卵)을 밥에 비벼 먹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날 몸종이 밥상을 들고오다 그만 달걀이 마루에 떨어져 깨져버렸다. 그 광경(光景)을 문틈으로 본 마님은 달걀을 어찌 하는지 몰래 지켜보았는데 몸종은 마룻바닥에 깨진 달걀을 접시에 담아 상을 내왔다. 괘씸한 생각에 마님은 몸종에게 물었다, ''깨끗 하다는게 무얼 말하는 것이냐?'' 먼지나 잡티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 혼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몸종은 이렇게 대답(對答)했다. ''안보이면 깨끗한 겁니다.'' 마님은 그말에 크게 공감(共感)하며, "네 말이 옳다'' 하고는 용서(容恕) 를 했다. 때로는 모르면 행복(幸福)한 일.. 2023. 12. 11.
처마 밑에 낯익은 여자 신발 처마 밑에 낯익은 여자 신발 고 서방은 또 땅이 꺼져라 한숨을 토했다. 저녁나절 장에 갔다가 사립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니 처마 밑에 낯익은 여자 신발이 놓여 있는 것이다. 장모님 신발이다. 또 장인어른과 싸우고선 딸네 집에 온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장모님 오셨어요.” 인사를 하자 장모는 “고 서방, 눈치 없이 또 왔네….”라며 겸연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예전 같으면 “아닙니다. 장모님 제 눈치를 보시다니요.” 하면서 환하게 웃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한두번이어야 말이지. 일년에 서너차례 보따리를 싸서 딸집으로 오니 고 서방 내외는 미칠 지경이다. 고 서방은 무뚝뚝하게 말 한마디를 건네고 장모님이 거처할 건넌방에 군불을 지피러 나갔다. 군불을 한참 지피고 있는데 안방에서 모녀간에 뭔가 토닥거리는 소.. 2023. 12. 11.
복상사 이야기 ♡복상사 이야기♡ 천석꾼 부자 최참봉이 상처를 하고 3년 동안 홀아비 생활을 하다가 양자 내외를 세간 내보내고 새장가를 들게 되었다. 최부자네 안방을 차지할 삼십대 초반의 황간댁은 사슴 눈, 오똑한 코, 백옥 같은 피부에 앵두 입술로 자색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둥그런 턱 선과 넉넉한 인중, 넓은 이마 등 부귀영화를 타고난 인물이다. 고을이 떠들썩하게 혼례를 올렸는데 첫날밤에 최 참봉이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집의 담 모퉁이 하나 고치는 일도 구곡암자의 영검도사에게 물어보고 실행에 옮기던 최참봉이 혼인만은 자기 뜻대로 한 것이다. 혼례식을 올리기 전 황간댁의 관상을 본 영검도사가 최참봉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그 여자 배 위에서는 황소도 살아남을 수 없으니 부디 혼약을 파.. 2023. 12. 11.
양녕대군과 "정향"의 九難歌(구난가). 양녕대군의 묘소와 사당 전경.↓ 양녕대군과 "정향"의 九難歌(구난가). 세자의 자리를 버린 세기의 로맨스 양녕 대군과 ‘어리(於里)’(丁香) 양녕대군은 태종의 맏아들로 일찍이 세자에 책봉이 되었으나, 셋째인 충녕대군(세종대왕)의 현명함을 알아채고 둘째인 효령대군과 함께 왕위를 양보한 인물이다. 그는 왕위에서 물러난 후 호방한 무리들을 모아 토끼를 몰고 여우를 잡는등 날마다 사냥을 일삼았고, 시와 여인을 사랑하고 팔도를 유람하는 진정한 풍류객이었다. 세종 즉위 후.얼마 뒤 양녕대군은 임금에게 평안도를 다녀오겠다 하였으나, 세종은 그곳에 어여쁜 여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이를 만류하였다. 그러나 끝내 양녕대군의 뜻을 꺾지 못한 세종 임금은, 만약 형님이 색을 조심하고 탈 없이 돌아온다면 돌아오는 날 잔치를.. 2023.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