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쇠제비 갈매기 묵집 과부를 마음에 품은 공 초시 어느 날 박 서방과 있는 걸 보는데… 밤은 깊어 삼경 때, 공 초시가 사랑방에 홀로 앉아 곰방대로 연신 담배연기만 뿜어대며 시름을 달래고 있다. 그때 애간장을 끊듯이 울어대는 뒷산 소쩍새가 공 초시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3년 전 부인을 저승으로 보내고 탈상도 하기 전에 무남독녀 외동딸이 석녀(石女)라고 시집에서 쫓겨나 친정 초당에 똬리를 틀었다. 부인이 이승을 하직한 것은 제 명(命)이 그것밖에 안됐고 외동딸이 과부 아닌 과부가 돼 친정살이하는 것도 제 팔자. 요즘 공 초시의 시름은 자신의 신세타령이다. 제 나이 이제 마흔일곱, 아직도 살날이 까마득한데 이렇게 남은 생을 홀아비로 외롭게 살아가려니 앞이 캄캄해졌다. 공 초시는 나이가 젊고 허우대가 훤칠.. 2022. 10. 14. 심술쟁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속담=심술쟁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옛날 옛적에 심술쟁이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가 한집안에 살았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늘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틈만 나면 구박을 했다 누가 봐도 며느리는 하나도 나무랄 데 없는 착한 여인이었다. 막말로말해 아, 애 잘 낳지..떡방아 잘 쪄 주지.. 거기다가 바느질, 음식솜씨도 뛰어난 훌륭한 며느리였다. 특히 떡방아를 잘 찧기는 동네에서도 따라 갈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자자했다. 아무튼 시어머니는 사사건건 며느리가 하는 일에 트집을 잡았다. 이를 참다 못한 며느리가 남편에게 호소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핀잔과 매 타작이 전부였다. 날이 갈수록 시어머니의 구박은 나날이 도를 더해 갔다. 그래서 며느리는 독한 마음을 먹고 엉뚱한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평소 떡방.. 2022. 10. 8. 여인은 한숨을 토하더니 ◈야담=여인은 한숨을 토하더니◈ 이송은 嚴父(엄부) 밑에서 자란 점잖은 선비다. 과거 볼 날이 두어달 남았지만 일찍이 한양으로 올라가 작은아버지 집에 머물며 마무리 공부를 하려고 단봇짐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 엄격한 집안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다가 확 트인 바깥세상으로 나오자 훨훨 날아갈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문경새재 아래 주막에서 두다리 쭉 뻗고 탁배기 두병을 마시고 나자 온 세상이 자기 것처럼 보였다. 산자락에 해가 남아 있어 새재를 넘기로 했다. 빨리 한양에 가고픈 마음에 발길을 재촉했지만 새재는 높았다. 금방 해가 떨어졌다. 새재 아래 골짜기에 불빛이 하나 보여 숲을 헤쳐 조그만 초가집에 다다르니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왔다. “혼자 사는 집이라 재워 줄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이송은 와.. 2022. 10. 8. 여우 한마리에 얽힌 사연 ◈야담=여우 한마리에 얽힌 사연◈ 가을이 무르익자 여우 털에 자르르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냥꾼들이 바빠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사냥꾼 곽씨가 황금빛이 도는 덩치 큰 여우의 뒤를 밟았다. 여우와의 거리가 좁혀졌을 때 ‘피융’ 화살이 가을 공기를 갈랐다. 여우가 펄쩍 솟아올랐고, 화살은 뒷다리 허벅지 가장자리를 찢고 지나갔다. 여우는 피를 흘리며 도망쳤고 곽씨는 쫓았다. 추격전 끝에 곽씨는 여우를 거의 따라잡았지만 또다시 활을 당기지는 않았다. 더 이상 상처가 나면 모피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힘이 빠진 여우는 내리막 걸음만 하다가 가막골 동네 산자락까지 내려왔다. 그때 개 한마리가 달려와 여우 목을 물고 사냥꾼 곽씨가 손쓸 틈도 없이 동네로 내려가 버렸다. 당황한 곽씨는 미리 화살로 여우의 명줄을 끊지.. 2022. 10. 8.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