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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손 씻은물에 엃힌 사연 ◈전설=손 씻은물에 엃힌 사연◈ 민초시는 청빈한 선비다. 물려받은 재산은 넉넉지 않았지만 부지런히 논밭을 일궜고, 뼈대있는 집안에서 시집온 부인은 알뜰하게 살림을 꾸렸다. 비록 초가지만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해놓고 마당가의 텃밭도 반듯하게 다듬어 놓았다. 젊은 시절, 비록 과거에는 낙방했으나 이날 이때껏 농사를 지어오면서도 책을 놓는 법이 없어 동네의 서찰이나 비문은 모두 민초시 몫이었다. 글 하는 사람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면 반가이 맞아 밤새도록 글솜씨를 주고받았다. 걱정없는 민초시에게 단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책은 멀리하고 잡기에 빠져 있는 열살 먹은 아들이었다. 호박에 목침 놓기,참외·수박서리, 남의 집 닭서리.여간 말썽꾸러기가 아니었다. 어느 초여름날, 들에서 돌아온 민초시가 마루에서.. 2022. 10. 8.
삼세판 삼대독자 ‘익습’, 대를 이어 내려온 과거의 저주를 끊겠노라 다짐하는데… 삼대독자 민익습은 책을 읽다가도 멍하니 머릿속이 온통 새까만 먹물로 꽉 찼다. 과거, 과거! 그것만이 내 살길인가? 증조부가 그 아들, 그러니까 익습의 할아버지를 오로지 과거로 몰아넣었다. 과거라는 게 등에 떠밀려 되는 것인가, 어디! 몇번 낙방한 익습의 할아버지는 또다시 낙방하자 고향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평양으로 가 기생집에서 술독에 빠졌다가 노자가 떨어지자 대동강 물에 몸을 던졌다. 익습의 아버지가 대를 이어 과거에 달려들었다. 일곱번 떨어지고 나서 칠전팔기를 다짐하며 또다시 도전했지만 역시나 낙방하자 마당에 책과 책상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훨훨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호리병 나팔을 불고 “우하하하” 웃다가 “으흐흐흑” 울며 .. 2022. 9. 26.
나루터 주막 출생 비밀을 알게 된 윤덕 어미·아비를 원수 보듯 대하더니 유부남과 야반도주까지 하는데… 30여년 전, 심덕 어미가 딸 하나만 낳고 단산을 하게 되자 심덕 아비가 어디 가서 바람을 피워 핏덩어리 딸을 안고 집에 들어왔다. 그때 심덕이는 일곱살이었다. 심덕 어미는 무던한 사람이었다. 자기 배 속에서 나오지 않은 자식 윤덕이를 안고 이 동네 저 동네 젖동냥을 다녔다. 젖을 뗄 즈음부터는 심덕이가 배다른 여동생을 업고 다녔다. ​ 심덕 어미는 윤덕이가 불쌍하다고 떡 하나가 생겨도 심덕이를 제쳐놓고 윤덕이에게 줬고 철 따라 고운 옷을 윤덕이에게 입혔다. 동네 사람들이 입이 마르도록 심덕 어미 칭찬을 했다. 심덕이도 윤덕이가 떼를 써도 다 받아주며 귀여워했다. 심덕이가 시집갈 때 윤덕이를 안고 그렇게 울었다. ​.. 2022. 9. 20.
은 목걸이 장에 간 안 생원의 며느리, 웬 아리따운 젊은 여인의 목에 시어머니의 관에 부장품으로 넣은 목걸이가 걸려 있는 걸 보게 되는데… ​ ​ 장에 간 안 생원의 며느리가 걸음을 멈추고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곱게 생긴 웬 젊은 여인의 목에 걸린 은목걸이가 생전에 시어머니가 한평생 걸고 다녔던 그 은목걸이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독실한 재가 불자였던 시어머니는 금은세공사에게 특별히 부탁해 백팔염주 끝에 은으로 만(卍)자를 만들어 달았었다. 3년 전 시어머니가 이승을 하직하자 저승길에도 목에 걸고 가라고 그 은목걸이를 부장품으로 관 속에 넣었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웬 여인이 그 은목걸이를 목에 걸고 장터를 활보하니,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 며느리는 그 여인을 따라다니며 그 목걸이를 보고 또.. 2022.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