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474 마패 아버지를 일찍 여읜 민국 어머니가 이초시와 재혼하면서 글공부에만 몰두하는데… 민국이 여섯살 때 아버지 박 서방이 이승을 하직했다. 민국은 장날이면 아버지를 따라 장터에 가서 깨엿이며 강정을 사먹던 일이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아부지 등에 업혀 외갓집에 가고, 목마 타고 원두막에도 갔었지.” 민국이는 날마다 아버지 묘소에 가서 흐느꼈다. 동지섣달 추운 날엔 아버지 무덤을 덮어 주겠다며 이불을 들고 나서다가 어미와 부둥켜안고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민국 어미는 남편이 죽자 평소 하지 않던 농사일에 매달려 근근이 입에 풀칠할 정도로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해 봄날, 못자리를 내야 할 그 바쁜 철에 몸이 불덩이가 되면서 덜컥 몸져누웠다. 민국이네는 이듬해 보릿고개에 논을 팔았고, 야금야금 밭도 팔.. 2022. 7. 12. 홍매 죽마고우 이초시와 한진사… 붉은 매화 핀 날 사돈 맺어 이초시, 아들이 열병으로 세상 뜨자 청상과부 며느리 친정으로 보내는데… 이 초시와 한 진사는 죽마고우다. 어릴 적부터 같은 서당에 다니며 둘도 없는 단짝이 돼 말다툼 한번 없이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 어른이 돼서도 두사람의 우정은 관포지교에 못지않았다. 장가를 가서 이 초시는 아들 둘을 두고, 한 진사는 아들 하나 딸 셋을 두었다. 어느 날 이 초시는 하인을 보내 강 건너 사는 한 진사를 불렀다. 한 진사가 이 초시네 하인에게 물었다. “붉은 매화가 피었더냐?” 한 진사는 겨우내 잘 익은 감로주를 하인의 손에 들려 외나무다리를 건넜다. 이 초시 별채 앞에 서 있는 고매(古梅) 나무에 홍매화 꽃망울이 톡톡 터지기 시작했다. 두사람은.. 2022. 7. 12. 성철스님을 찾아 온 여인 성철스님을 찾아 온 여인 어느 날 여인이 가파른 산길을 타고 무이산 문수암 경내로 들어섰다. 온 몸이 땀에 젖어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였다. 여인은 다짜고짜 성철을 찾았다. 그리고 그 앞에 엎드렸다. “스님, 제발 제 아들 좀 살려주십시오.” 성철이 연유를 묻자 여인은 한숨과 눈물을 섞어 얘기했다. 진주 묵실에 사는 여인에게는 금쪽같은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런 아들이 전쟁에 끌려가 3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백방으로 탐문했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러다 아들이 속한 부대가 전장에서 몰살했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여인은 지푸라기라도 움켜쥐어야 했다.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천하 도인이 문수암에 계시다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달려온 것이다. 얘기를 이어가던 여인은 아예 방바닥에 엎드려 통곡을 했다. “스.. 2022. 7. 10. 갈처사 개울 옆 자갈밭에 어미 묘 쓰려는 소년 지나던 선비가 사연을 묻고 기막혀 ‘갈처사’ 집 찾아 고함을 지르는데… 선비 한사람이 시동 하나를 데리고 구름에 달 가듯이 길을 걷다가 고개 너머 개울가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젖살이 채 빠지지도 않은 열네댓 먹은 소년이 울면서 개울 옆 자갈밭을 삽으로 파고 있었다. 발걸음이 땅에 붙어버린 선비의 눈길이 닿은 곳은 소년 옆에 놓인 관이었다. 선비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더욱 서러운지 소년은 삽질을 멈추고 삽자루를 죽장처럼 잡고 꺼이꺼이 울어댔다. 한참 울던 소년이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다시 구덩이를 파내려갔다. 구덩이 아래 흥건히 물이 고였다. 소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폈을 때 선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젊은이, 지금 무얼 하고 있소?” 소년은 목이 메어 .. 2022. 7. 6. 이전 1 ··· 53 54 55 56 57 58 59 ··· 1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