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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474

마음속에 여백을 마음속에 여백을 사랑의 체험은 남의 말을 듣기 위해 필요하고 고통의 체험은 그 말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 필요합니다. 한 곡의 노래가 울리기 위해서도 우리 마음속엔 그 노래가 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질투, 이기심, 같은 것으로 꽉 채워져 있는 마음속엔 아름다운 음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세요.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치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고통의 체험이 없는 사람은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채울 수 있는 아량과 깊이가 부족하게 마련입니다. 고통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고 겸허하게 자신을 비우게 하니까요. 마음속에 빈 공간이 없는 사람에겐 어떤 감동적인 시나.. 2022. 6. 24.
의형제 승열이와 팔목이 전설=의형제 승열이와 팔목이 동네 아이들이 왁자지껄하며 저수지에서 썰매를 타다가 얼음이 깨졌다. 승열이가 빠져 얇은 얼음판에 두 팔을 걸친 채 사색이 돼 달달 떨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도망쳐 둑으로 올라가 발만 동동 구르는데, 팔목이가 논두렁에서 허수아비를 뽑아 얼음이 깨질세라 헤엄치듯 기어서 승열이에게 다가가 그를 건져올렸다. 그때 기별을 받은 승열이네 식구들과 하인들이 달려와 기절한 승열이를 업고 집으로 내달렸다. 그것이 인연이 돼 산비탈 초가삼간에서 입에 풀칠하며 목숨을 이어가던 팔목이와 절름발이 그의 아버지, 벙어리 엄마는 천석꾼 부자인 승열이네 집으로 들어와 아버지는 행랑아범이 되고 엄마는 찬모가 됐다. 승열이 아버지의 주선으로 열두 살 승열이와 열한 살 팔목이는 의형제를 맺었다. 승열.. 2022. 6. 24.
절름발이가된 업이 절름발이가된 업이 안동에 사는 2대 독자 이초시는 딸이 여섯이다. 이초시는 술만 마시면 “절름발이라도 좋으니 아들 하나 얻었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며 탄식하기 일쑤였다. 부인은 허구한 날 정화수 떠 놓고 삼신할미에게 빌고 절에 가서 백일기도를 올렸다. 지극정성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부인의 배가 불러 오더니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이초시가 하도 ‘절름발이’ 소리를 읊은 게 겁이 나서 갓난아이 다리를 보니 사이에 고추를 달고 두 다리가 힘차게 버둥댔다. 3대 독자를 업이라 이름 짓고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 업이는 장마철 호박순처럼 쑥쑥 자라 서당에 가더니 글이 일취월장, 훈장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업이 열다섯이 되자 빨리 자손을 보려고 장가를 보냈다. 권진사네 둘째 딸과 혼인을 맺었다. 혼.. 2022. 6. 24.
수월댁과 닥실댁 양반마님 닥실댁 ‘이웃’ 과부 수월댁 틈만나면 서로 깎아내리며 흉보는데... 수월댁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닥실댁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 수월댁은 과부요, 닥실댁은 번듯한 양반 박진사의 안방마님이다. 수월댁과 닥실댁은 서른셋 동갑에 두집 모두 곳간이 넉넉해 살림 걱정을 안하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만나 입을 놀리는 게 일이다. 두사람의 장단이 딱딱 맞는 것은 남 흉보기다. “오 초시네 둘째딸이 보따리를 싸들고 친정으로 왔다지 뭐야 글쎄.” “벌써 몇번째야. 작년에도 한달이나 머물다 갔지.” “신랑이 첩을 정해서 온 게 아니고, 행실이 나빠 시어미한테 쫓겨났대.” 이럴 때 수월댁과 닥실댁은 둘도 없는 이웃사촌이다. 그러나 남의 흉 빼고는 말속에 가시가 들었다. 은근히 상대방을 깎아내릴 때는 원수지간.. 2022.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