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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474

부자 되는 법 부자 되는 법 저녁나절, 오생원 집에 생전 발걸음을 않던 이초시가 찾아왔다. 오생원이 약간 비꼬는 투로 물섰다. “지체 높은 초시 어른께서 어인 일로 찾아오셨나?” 이초시가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못 올 데를 왔나.” 오생원과 이초시는 서당친구였지만 살아가는 길이 달랐다. 오생원은 일찌감치 장삿길로 들어서 차곡차곡 재산을 쌓아 알부자가 됐지만, 이초시는 과거에 매달리다 낙방을 거듭해 가세가 기울어진 판이다. “술 한잔하러 가세.” 이초시가 오생원 소매를 당겼다. 동구 밖 주막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이초시가 말문을 열었다. “내 동생, 자네도 알지?” “알고 말고. 천하의 한량이지.” “쥐뿔도 없는 게 지가 무슨 호걸이라고 허구한 날 저자거리 두목 노릇을 하더니만 논밭 다 팔아먹고 며칠 전에는 집까지 날렸.. 2024. 1. 9.
행복과 불행의 조건. 행복과 불행의 조건. 두 눈 다 잘 보이던 사람이 한쪽 눈을 다치면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을 못 보던 사람이 한쪽 눈이 보이게 되면 행복해 하겠지요. 똑같이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한 사람은 그 조건이 불행이 되고 다른 사람은 행복이 됩니다. 생각해보면 행복이나 불행은 다른 사람이나 어떤 조건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 때가 많습니다. 세상을, 상대를 바꿔야만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룰 수 없는 내 인생을 탓하거나 절망할 수밖에 없지만 그 원인이 나에게 있고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잘못되어서 생긴 문제라면 아주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법륜스님* 2024. 1. 8.
오생원의 사부님 오생원의 사부님 오생원은 요즘 도대체가 살맛이 안 난다. 입맛도 술맛도 없고, 치마를 벗기는 재미도 없다. 배는 동산만 하게 올랐고, 앉았다 일어나기도 힘이 들고, 마실 갔다 오는 데도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 대문 기둥을 잡고 헥헥거리다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마흔도 안 된 오생원은 만석꾼이다. “강집사~ 곰 발바닥 요리가 맛있다더라.” 오생원이 입만 뻥긋하면 날쌘 강집사는 강원도 포수한테 달려가 곰발바닥을 구해오고, 팔도강산 맛있는 것은 빠짐없이 구해왔다. 그런데 요즘 어느 것 하나 맛있는 게 없다. 조선천지 이름난 명주 다 마셔도 쓰기만 하다. 오생원은 첩을 다섯이나 뒀다. “일목아~” 오생원은 애꾸눈 행랑아범을 최서방이라 부르지 않고 언제나 눈이 하나라고 일목(一目)이라 부른다. 통시에서 보던 일도 .. 2024. 1. 6.
뻐꾸기 울던 날 뻐꾸기 울던 날 성균관으로 가려고 도포를 입는 직강 한덕부를 도와 새 신부 조씨 부인이 허리띠를 매어주는데, 쾅쾅 밖에서 대문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뭣하는 작당질이냐.” 한덕부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고함을 치자, 더 큰 목소리가 대문 쪽에서 터져나왔다. “어명이다. 한덕부는 오랏줄을 받으라.”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한덕부는 그날로 사약을 받고 황천행이 됐고, 한덕부의 아버지는 귀양길에 올랐다. 시어머니는 헛간에서 목을 맸고, 노비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넋이 나간 새 신부는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드넓은 집에 혼자 남게 됐다. 헛간에 초롱불을 켜 대롱대롱 매달린 시어머니 시신을 내려놓고 눈을 감겨 거적을 덮었다. 시어머니 옆에 자신도 눕기로 작정하고 은장도를 꺼내는데, 누군가 조씨 부인의 손목.. 2024.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