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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474

이초시네 집이 발칵 뒤집혀졌다 이초시네 집이 발칵 뒤집혀졌다 이초시네 집이 발칵 뒤집혀졌다. 조상 대대로 가보로 내려오는 비취함이 없어진 것이다. 안방 장롱을 샅샅이 찾아도, 사랑방 다락을 바늘 찾듯 뒤져도 비취함은 나오지 않았다. “재작년에 장롱에 두기 불안하다며 당신이 은쟁반과 함께 사랑방으로 가져간 것 같은데….” 넋이 나간 이초시에게 안방마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역정을 냈다. 천석꾼 부자 이초시 집에는 집사·행랑아범·침모·찬모·머슴 등 하인이 아홉명이나 되지만, 그중 먼저 의심을 받은 사람은 집사인 칠석이다. 하인 중 집 열쇠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칠석이뿐이고, 더구나 칠석의 처는 안방 장롱을 마음대로 열 수 있는 침모 삼월이다. 모두가 칠석이를 수상히 여기자 칠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초시는 비취함이 없어진 게 칠.. 2023. 6. 24.
탁발승 홑치마만 입은 채 허벅지를 점도 치고 운세도 보고 묘 터도 잡아 주는 떠돌이 탁발승이 몇년 만에 운암골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동네에 머물 적마다 그가 묵는 집은 마을 어귀에 있는 대평씨네 집이다. 대평씨와는 동갑내기로 친구처럼 말을 놓고 지내던 사이라 사립문을 열며 “대평아, 네 형님 왔다!” 큰소리치며 들어갔는데 “아이고 도사님 오셨군요.” 소복 입은 대평씨 처가 부엌에서 나와 반갑게 맞았다. 대평씨가 벌써 2년 전에 이승을 하직했다는 말에 탁발승은 저으기 놀랐지만 “타고난 명이 짧은 사람이라….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죽을 운세를 알았다는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탁발승이 주막에 가서 자겠다며 삽짝을 나서려 하자 “여기서 유하시며 우리 그이 명복이나 빌어 주시지요.” 그는 마지못한 척 사랑방에.. 2023. 6. 23.
여승 여승 윤참판은 그럴듯한 허우대에 인물이 준수하고 또한 말재주가 좋아 자유자재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재주를 가졌다. 열두살에 초시에 합격하여 열여섯에 급제를 한 빼어난 문필에 영특하기는 조선천지에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성품도 너그러워 그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는데다, 선대로부터 재산도 넉넉하게 물려받아 나랏일을 하면서 일전 한닢 부정하는 일이 없으니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우러러 봤다. 한겨울에 맨발로 다니는 거지에게 자기 신발을 벗어주고 땟거리가 없는 집엔 곡식자루를 보내주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있고 처자식에게 자상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하나의 티가 있었다. 지지배를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노소미추,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치마만 둘렀다하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이다. 수많은 여자들을 섭렵했.. 2023. 6. 23.
세겹으로된 쇠상자 세겹으로된 쇠상자 어스름이 내려앉은 산골짝, 다 쓰러져 가는 외딴 초가삼간에 추적추적 봄비가 내렸다. 삼년째 이엉을 못 갈아 덮어 검게 썩은 지붕에서 빗물이 새어 안방은 물바다가 되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쉬어 빠진 짠지 하나에 나물죽을 먹던 변 노인이 절름거리는 다리로 뒤꼍에 가더니 깨어진 옹기를 들고 와 새는 빗물을 받았다. 변 노인은 하염없이 낙수를 바라보다가 제 신세가 하도 서러워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소쩍 소쩍 소쩍새가 슬픔을 더했다. 딸 하나에 아들 넷, 다섯 남매를 낳고 부인이 이승을 하직하자 변 서방은 핏덩어리 막내아들을 안고 심 봉사처럼 이집저집 젖동냥을 다니며 온 정성을 다해 자식들을 키웠다. 매파가 들락날락거리며 중매를 섰지만 자식들이 계모에게 구박을.. 2023. 6. 23.